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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 : 바삭함과 찐득함, 속초시장, 디테일 1. 바삭함과 찐득함의 경계 ― 만석닭강정 vs 중앙닭강정속초를 대표하는 두 닭강정, 만석과 중앙. 이 두 곳의 닭강정은 외관부터 식감, 그리고 양념의 농도까지 확연히 다릅니다. 만석닭강정의 박스 뚜껑을 여는 순간, 달콤 새콤한 향이 코끝을 찌릅니다. 닭살은 통통하게 살아 있고, 겉면은 얇은 튀김옷이 바삭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양념은 흐르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입혀져, 젓가락으로 집어 올려도 손에 묻지 않습니다.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함 뒤로 닭고기의 촉촉함이 살아있고, 양념의 산뜻한 새콤달콤함이 입안을 감쌉니다. 느끼함 없이 계속 먹게 되는 중독성 있는 맛입니다. 반면 중앙닭강정은 만석보다 튀김옷이 한 겹 더 두꺼운 듯한 느낌을 줍니다. 양념은 물엿 베이스로 찐득하게 코팅되어, 손끝에 달라붙는 점성이 .. 2025. 5. 6.
[엽기 떡볶이] : 조리 과정, 양념 조합의 과학, 경험담 1. 조리 과정 : 집에서 만드는 엽기 떡볶이엽기 떡볶이를 집에서 제대로 만들어보려면, 재료 준비부터 남다릅니다. 떡볶이 떡은 쫄깃함이 살아 있는 밀떡이나 찰떡 중 취향에 따라 고릅니다. 어묵은 사각과 봉어묵을 섞어 사용하면 식감이 더 풍성해집니다. 비엔나소시지는 한입 크기로 썰어 준비하고, 양배추는 큼직하게 썰어 넣어야 씹는 맛이 살아납니다. 양파, 대파, 삶은 달걀, 그리고 모차렐라 치즈까지 준비하면 더욱 완성도 높은 한 그릇이 됩니다.양념장은 엽기 떡볶이 맛의 핵심입니다. 고추장과 고춧가루, 베트남 고춧가루를 섞어 매운맛을 내고, 설탕과 물엿으로 단맛을 조절합니다. 멸치다시다와 소고기다시다를 섞어 국물의 깊이를 더하고, 카레가루와 후추, 다진 마늘, 진간장, 굴소스 등도 넣습니다. 물은 떡과 재료가.. 2025. 5. 5.
[고등어조림], 레시피, 무조림, 양념장 1. 레시피 – 엄마 손맛 따라 하기퇴근길 시장에서 은빛 비늘이 번쩍이는 고등어 두 마리를 샀다. 집에 오자마자 싱크대에 펼쳐놓고, 등 쪽을 따라 칼집을 내며 내장과 핏물을 꼼꼼히 씻어냈다. 엄마는 늘 밀가루 한 줌, 식초 한 숟갈, 굵은소금을 푼 찬물에 고등어를 20분쯤 담가두라 하셨다. 그 사이 무는 1cm 두께로 도톰하게 썰어 준비한다. 무가 두껍게 썰려야 조림 국물이 잘 배고, 먹을 때 흐트러지지 않는다.냄비 바닥에 무를 깔고, 양파와 대파, 청양고추, 홍고추를 어슷하게 썰어 곁들인다. 양념장은 진간장, 고춧가루, 설탕, 굴소스, 된장, 식초, 다진 마늘, 다진 생강, 후추를 섞어 만든다. 이 양념을 미리 만들어두면 맛이 더 깊어진다. 무와 양념, 물을 붓고 뚜껑을 비스듬히 닫아 센 불에서 끓인다.. 2025. 5. 5.
[고갈비] : 비린내 제거, 감칠맛, 굽기 노하우 고갈비는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고등어를 갈비처럼 양념해 구워내는 요리입니다. 최근 알토란에서 소개된 레시피가 인기를 끌면서 집에서도 손쉽게 고갈비를 만들려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 양념의 밸런스, 그리고 바삭하고 촉촉한 식감까지 모두 잡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알토란 고갈비의 핵심 비법과, 집에서 실패 없이 완성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단계별로 안내합니다.1. 비린내 제거, 완벽하게 잡는 실전 꿀팁고갈비 요리의 첫 번째 관문은 바로 고등어의 비린내 제거입니다. 고등어는 신선도가 좋아도 특유의 냄새가 남아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전 처리가 필수입니다.쌀뜨물 활용고등어를 손질한 뒤, 쌀뜨물에 15분 정도 담가두면 비린내가 상당 부분 사라집니다. 여기.. 2025. 5. 5.
[열무김치] : 정체성, 농민의 삶, 과학과 문화 1. 정체성 - 여름의 생명력어릴 적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나는 늘 할머니 댁 마당에서 열무김치 담그는 풍경을 지켜보았다. 외할머니는 아침 일찍 텃밭에서 연둣빛 열무를 한 아름 뽑아 오셨다. 그때마다 “열무는 잎이 부드럽고 뿌리가 가늘수록 맛이 좋아. 너무 자라면 질겨져서 김치 맛이 달라진단다.”라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할머니는 열무 잎이 7장 정도 되는 것만 골라 오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예로부터 열무가 7 잎일 때까지는 공해에 오염되지 않은 상태라 건강에도 좋다고 여겼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다. 이런 세심함이야말로 열무김치의 깊은 맛을 만드는 비결이었다.열무김치는 지역마다 담그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직접 경험하며 알게 됐다. 나는 군산에서 자랐지만, 대학 시절 부산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그.. 2025. 5. 5.
[김치호박고추장찌개] : 여름의 시작, 비법, 의미 1. 여름의 시작, 우리 집을 채우는 김치호박고추장찌개의 향기여름이 오면 우리 집 부엌은 바빠집니다. 시장에 나가면 싱싱한 애호박이 한창이고, 엄마는 꼭 애호박을 한두 개 사 오십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신김치 한 움큼을 꺼내 다듬으시죠. 그때부터 우리 집 여름 밥상의 대표 메뉴, 김치호박고추장찌개가 시작됩니다.이 찌개는 단순히 반찬이 아니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존재입니다. 엄마가 도마 위에서 애호박을 척척 썰고, 신김치를 먹기 좋게 자르는 모습은 어릴 적부터 봐온 익숙한 풍경입니다. 고추장은 꼭 집에서 담근 걸 써야 한다며, 엄마는 고추장 단지를 열 때마다 “발효된 고추장 냄새가 제맛을 살린다”라고 말씀하십니다.애호박은 두툼하게 썰어야 국물이 탁해지지 않고 씹는 맛이 살아난다고 하셨고,.. 2025.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