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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 : 속청태, 계절 장사 뒷이야기, 두유와 두부

by angelmom1 2025. 5. 11.

1.  ‘속청태’ 

콩국수
콩국수

콩국수 하면 흔히 백태(흰콩)만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콩국수의 세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남원 춘원회관을 비롯해 몇몇 유명한 콩국수집에서는 ‘속청태’라는 독특한 콩을 사용한다. 속청태는 검은 껍질을 벗기면 속이 파랗게 드러나는 서리태의 한 품종이다.

처음 속청태로 만든 콩국수를 맛봤을 때, 일반 백태 콩국수와는 확연히 다른 고소함과 깊은 풍미에 놀랐다. 국물 색도 약간 푸른빛이 감돌아 시각적으로도 신선했다. 이 콩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크고, 레시틴이 많아 뇌 건강에도 이롭다고 한다. 실제로 춘원회관 주인장은 “속청태는 일반 콩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싸지만, 한여름에는 이 콩만 고집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서리태나 검은콩을 사용한 콩국수는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맛도 맛이지만,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콩 품종까지 꼼꼼히 따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2. 계절 장사 뒷이야기

콩국수는 분명 여름 음식이지만, 전국의 유명 콩국수집을 돌아다니다 보면 1년 내내 문을 여는 곳보다 여름에만 장사하는 집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원 춘원회관을 비롯해, 서울의 몇몇 노포들도 3월 말에서 9월까지만 콩국수를 내놓고, 나머지 계절엔 가게 문을 닫거나 다른 메뉴로 바꾼다.

춘원회관에서 만난 할머니는 “콩국수는 여름에 먹어야 제맛이 난다”며, “그 계절에 나는 콩이 가장 고소하고, 손님들도 더위를 식히러 일부러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집은 하루에 쓸 콩만 아침마다 직접 불리고 삶아서, 콩국물이 남으면 그날 다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오후 늦게 가면 ‘오늘 콩국수는 품절’이라는 안내문을 보는 일이 흔하다.

이런 계절 한정 영업 방식은 신선한 콩국수의 맛을 지키기 위한 고집이기도 하고, 여름 한철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로서의 가치를 높여주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여름이 되면 일부러 먼 길을 달려 이 집 콩국수를 맛보러 오는 단골이 많다.

3. 두유와 두부

콩국수의 콩물은 원래 콩을 불리고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곱게 갈아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에는 시판 무가당 두유와 연두부를 이용해 간단하게 콩국수 콩물을 만드는 레시피가 인기다.

직접 해보니, 두유 한 팩과 연두부 한 모, 소금 약간, 그리고 견과류(잣이나 땅콩)를 믹서에 넣고 곱게 갈면 5분 만에 콩국수 콩물이 완성된다. 전통 방식에 비하면 깊은 맛은 덜하지만, 고소함과 부드러움은 충분하다. 소면이나 메밀면, 쫄면 등 다양한 면을 활용할 수 있고, 오이채와 방울토마토, 삶은 달걀을 곁들이면 여름철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이런 간편 레시피는 특히 1인 가구나 자취생들에게 인기다. 직접 콩을 불리고 삶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 무더운 여름날에도 부담 없이 콩국수를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콩국수 한 그릇에는 콩 품종의 변화, 계절 한정 장사의 철학, 그리고 집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까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여름이 오면 생각나는 콩국수, 올해는 조금 다르게 맛보고 싶어진다.